그런 노래라면 작업 과정에서 RM 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겠어요.
타블로: ‘All Day (with Tablo)’ 때 알게 됐는데, RM이 작업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을 작업할 때 제가 계속 대화를 청했어요. 노래 하나로 주고받은 문자가 몇백 건은 될 거예요. 에픽하이로 작업할 때는 각자 알아서 하는 편이었는데, RM은 같은 팀이 아닌데 팀이 된 기분이라 색달랐어요. 항상 제게 음악은 외로운 작업이었고, 외로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작업하면서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그 영향으로 에픽하이의 작업 방식도 살짝 닮아가고 있어요. 저희가 20년이 넘었는데, 이제서야 미쓰라와 제가 작업하면서 대화를 더 많이 해요.(웃음)

곡의 구성도 그런 대화 과정에서 정리됐을까요? 각자의 벌스(verse)가 한 번씩 등장하고 후렴구가 최소한으로 반복돼서 비교적 심플한 인상이에요.
타블로: 원래 RM의 벌스 이후에 잠깐 잔잔한 분위기가 이어지다가 제 입장에서 중요한 두 마디의 가사를 더 넣었어요. 그런데 RM이 솔직하게 “형, 이 부분은 감정선이 깨지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그 두 마디는 듣는 입장에서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원해서 만든 느낌인 거예요. 그래서 과감하게 날렸어요.(웃음) 일주일 후에 RM이 미안했는지 “형, 너무 짧아졌나요?” 물었는데 “아니, 나는 딱 좋은데? 듣다 보니 이게 맞는 것 같아.” 했죠.

소리의 구성 또한 그 요소가 아주 많다거나 직접적인 빗소리가 자주 등장하지 않는데, 관념적인 비의 이미지는 명료해서 흥미로웠어요. 곡의 사운드를 완성할 때 중시한 게 있었나요?
타블로: 저는 노래를 최대한 비우면서 완성하는 스타일이라, 작업할 때 제일 먼저 불필요한 채널을 다 날려버려요. RM도 동의한 게 “필요한 것들만 하자.”였어요. 음악 프로듀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생각하거든요. 프로그래머처럼 사운드 설계가 완벽하고 테크니컬한 사람들이 있다면, 저처럼 100% 느낌만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느 쪽이 더 좋은 건 아니고 각자의 장점이 있는데, 남준이도 저랑 비슷한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깨지는 소리가 있어도 여기서 전달해야 하는 감정이 그 소리 때문에 가능하다면 상관없는 편이에요. 잡음처럼 들리더라도 감정을 이끌어낼 소리, 단어, 박자라면 무조건 넣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노래의 여러 맥락이 사운드에서의 보컬 배치를 통해 물리적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예컨대 타블로 씨의 벌스가 먼저 정중앙에서 등장하고 후렴구를 기점으로 RM 씨가 원거리에서 다가오다가, 마침내 함께 만나 대화한다는 감각을 주더라고요.
타블로: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야지.’ 했던 건 아니지만,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선택이 이뤄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RM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대화하듯 들어오지 않고 깔끔한 소리였어요. 그런데 RM이 “형에서 제 목소리로 넘어갈 때 대화가 이뤄지는 것처럼 느껴지면 좋겠다.”고 해서 보컬을 아예 멀리 배치해보기도 하고 계속 조절을 했어요. 그리고 원래 함께 랩을 하는 파트가 아예 없었어요. RM의 벌스에 제가 “Be positive.”라고 말하는 게 있는데, 그것도 RM이 “내 목소리를 지우고 형이 녹음해서 우리가 대화하는 것처럼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가사를 새로 쓰고 편집을 더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것처럼 하게 됐어요. ‘Stop The Rain’은 RM처럼 저보다 어리지만 높게 날아오르는 친구와 함께해야 하는 노래인 것 같아요. 저도 한때 그런 시기를 거쳤으니까. 그래야 의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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